정개산[鼎蓋山] 849.3m 강원 평창
산줄기 : 한강영월백운단맥
들머리 : 미탄면 백운리 소디
위 치 강원 평창군 미탄면
높 이 849m
# 참고 산행기[사네드레]
평창 정개산(849.3m)
*평안리~성마령~810봉~정개산~송림동
정개산은 평창군 미탄면에 자리하는 해발 849m의 산이다. 정선군과 평창군의 경계를 이룬 청옥산(1,256m)이 남으로, 남으로 구불구불 이어온다. 이 산줄기는 성마령(979m)을 솟구친 후, 42번 국도에 이르기 전 서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오늘 소개하는 정개산과 삿갓봉(약 770m)을 일으킨 후 미탄면 시가지와 한탄에서 끝을 맺는다.
아득한 옛날부터 오래지 않은 이조 말기까지 평창군 미탄면에서 정선군 정선읍으로 걸어 넘던 지름길이 성마령이다. 별이 머리에 닿는다는, 은하수에 손이 닿는다는, 멋진 이름의 이 고갯길은 미탄면 평안리 잣바우에서 정선읍 용탄리 행매동으로 걸어 넘던 옛길이다. 미탄, 한탄, 용탄, 벽탄, 소탄 등 이 고갯길의 동서에는 여울 탄(灘)이 들어간 지명이 여럿 보인다. 또 성마령은 정선아리랑의 가사에도 더러 발견된다.
영월과 평창을 지나 옛날 정선의 관문이었던 성마령, 조선 중엽 정서으로 부임하던 원님의 부인이 첩첩 산골을 지나면서 서러움을 달래기 위해 지었다는 노래가사가 지금도 정선아라리에 남아 전하는 그 고갯길. 평안리 본동에는 전설이 전하는 그 자리에 아직도 성황당이 자리하거니와, 옛길을 이어 성마령과 정개산을 올라보기로 하자.
성마령~정개산 종주산행의 들머리는 평창군 미탄면 평안리 길가에 세워진 잣바우 빗돌이다. 빗돌 오른쪽(동쪽)으로 시멘트로 포장된 밭길이 길게 이어진다. 폐농가 지나 한동안 포장길이 이어지고, 밭둑길을 지나 오르면 옛 고갯길이 나타난다. 지금은 사람들이 전혀 다니지 않아 웃자란 풀이 수북하건만 옛길은 아직도 뚜렷하다. 반바지 바소매의 등산복은 조금 곤란한, 제법 거친 산길을 이어간다. 계곡 끝 부분의 가파른 오름을 올라서면 약 750m 높이의 임도다.
임도 오른쪽(남쪽)으로 20m 지점에 '추락주의' 라고 쓴 팻말이 자리하는데, 이곳에서 다시 능선길이 시작되고 40분이면 해발 979m의 성마령 정수리에 도달한다. 그러나 정수리에는 쓰러진 나무깃대가 외로울 뿐, 빗돌은 커녕 팻말이나 표식기 조차도 보이지 않는다. 조망 또한 동쪽으로만 열렸을 뿐, 울창한 수풀이 시야를 가린다. 정선군 용탄리 행매동으로 이어지던 옛길을 굽어보지 못하는 것이 무척이나 아쉽다. 또 이곳은 취나물이 밭을 이룬, 어쩌면 고랭지 채소밭 같은 평평한 지형을 이룬다.
더러 산더덕도 만나는 울창한 참나무숲 능선길을 남쪽으로 이어간다. 왼쪽의 정선땅은 까마득한 벼랑이요, 오른쪽의 평창땅은 느긋한, 참으로 대조적인 군계 능선을 따라가면 891봉에 이른다. 1977년 6월에 세운 삼각점과 깃발이 자리하는 이곳은 자칫하면 지도상의 성마령으로 착각하기 쉽다. 이곳에서 남서쪽으로 바라보는 정개산의 모습은 참으로 아름답다. 미풍에 흔들리는 보랏빛 개미취꽃 위로 내려다보는 정개산의 그림 같은 산경에 한동안 넋을 잃고 아름다운 산세를 음미한다.
다시 느긋이 산길을 이어 810봉에 올라선다. 동쪽으로는 비행기재로, 남쪽으로는 백운리 매대로 능선길이 이어지는 이곳에서 서쪽(왼쪽)으로 꺾어 내려야 한다. 더러는 능선길이, 더러는 숲길과 무덤길이 이어지는 산길에는 봄이면 따지 않은 머위가 밭을 이루고 꽃내음 풀향기 자욱한 말 그대로 청산의 산길이다.
필자는 취재를 위하여 정개산에서 성마령을, 성마령에서 정개산을, 코스를 달리하여 세번이나 산을 오르내렸다. 성마령과 정개산은 아직도 산꾼들의 발길이 닿지 않은 오지의 산이었다. 웃자란 풀이 키를 넘기도 하고, 가시덤불이 훈장으로 상처를 내고, 이정표나 표식기가 전혀 없어 더러 나침반을 살펴야 하는 청산길이 이어진다.
810봉에서 서쪽으로 내려가면 소디 농장의 철조망을 따라 능선길이 이어지고 목장길에 내려선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정개산의 모습도 특이하다. 솥 정(鼎), 덮을 개(蓋)의 이름 그대로 솥뚜껑을 닮은 산세는 우러르는 이로 하여금 저절로 감탄사를 발하게 한다. 솥뚜껑을 오르는 길은 참으로 가파르다. 눈이라도 쌓인 날이면 미끄럼틀보다 더욱 미끄러지리라.
올라선 정개산의 정수리는 남북으로 길쭉하다. 가쁜 숨을 고르며 솥뚜껑 꼭대기의 풍광을 사진에 담아본다. 막대기형 삼각점이 자리하는 정수리에 앉아 쉬노라면 동쪽자락의 소디농장은 부처님 손바닥 보시듯 환히 내려다보인다. 북쪽으로 향한 내림길도 상당히 가팔라 엉덩이를 땅에 붙이듯 조심조심 내린다. 뒤이어 임도에 내려서면 느긋한 길이 송림동으로 이어진다.
굽이길에서 붉은 양철지붕의 폐 농가를 만난다. 집 주위로 개망초꽃이 만발한, 이제는 사람이 살지 않는 농가 옆을 지나노라면 머리가 허연 산꾼 시인의 내일을 보는 듯하여 쓸쓸한 마음 금할 길 없다. 송림교를 지나면 아침에 지나갔던 포장길이다. 본동으로 조금 내려간 곳에 축대를 쌓고 고목에 둘러싸인 성황당이 자리한다. 옛날 정선 원님의 부임행차시 말이 꼼짝도 하지 않아 구경꾼들이 모여들고, 술을 따르고 절을 올린 후에야 겨우 행차길이 이어졌다는 전설ㅇ의 그 자리. 멋을 아는 산꾼이라면 가던 길을 잠시 멈추고, 막걸리를 따르고 고개를 숙여 무사산행과 겨레의 번영을 빌고 가리라.
미탄터미널 옆에 자리한 대명식당에 들러 간단한 식사를 하는데 뜻밖에도 멋있는 미탄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 미탄농악대의 대원이기도 한 식당주인인 김택연씨, 정순남씨와 임규란씨, 용덕사 위형돌 스님과 즉석에서 인사를 나누고참으로 멋진 정선아라리를 여러 곡 육성으로 듣게 되었으니... 성마령-정개산 자락의 미탄면은 '아름다운 여울' 뿐만이 아닌 참으로 넉넉한 인심과 멋을 간직한 사람들의 고장이다.
*산행길잡이
잣바우 빗돌-(1시간)-임도-(40분)-성마령-(1시간30분)-810봉-(50분)-정개산-(1시간)-송림교
성마령-정개산 종주산행 들머리는 미탄면 평안리 잣바우 빗돌이다. 승용차나 택시가 포장된 농로를 따라 마지막 농가 지나 해발 약 500m의 포장도 끝까지 올라갈 수 있다. 빗돌 오른쪽(동쪽)으로 시멘트포장길이 이어진다. 포장길이 끝나면 밭길이 이어지고, 뒤이어 옛 고갯길이 나온다. 1시간이면(포장도로 끝에서는 30분) 해발 약 750m의 임도에 올라선다. 임도 오른쪽(남쪽)으로 20m 가면 '추락주의' 라고 쓴 팻말이 있는데, 여기서 다시 능선길이 이어지고 40분이면 성마령 정수리에 이른다.
정수리에서 정남녘으로 이어지는 주능선을 따르면 삼각점이 자리한 891봉 지나 오른쪽(서쪽)으로 꺾어지는 810봉에 닿는다(1시간30분). 다시 서쪽 산길을 이어 50분이면 목장옆길 지나 정개산에 올라선다. 하산은 가파른 북쪽능선을 내려오면 임도를 만나고, 뒤이어 송림동 송림교에 이른다(1시간). 평안리 잣바위 빗돌-성마령-810봉-정개산-송림동을 잇는 산행은 약 6시간 걸린다.
*교통
동서울시외버스터미널에서 1일 14회(07:10~18:55) 다니는 정선행 시외버스로 미탄까지 간다. 3시간30분 걸리며, 12,700원. 미탄에서 택시를 이용해 평안리 잣바위 빗돌까지 간다. 5,000원. 미탄택시 017-377-9899.
잣바우를 지나는 시내버스가 1일 3회 다니지만 이용이 불편하다. 미탄시외버스터미널 033-332-3723.
*잘 데와 먹을 데
미탄면에는 터미널 옆에 자리한 대명식당(033-332-6690)을 비롯해 서울녹각식당(333-5285), 제천식당(332-3842), 강원수산횟집(332-3702), 영춘가든(334-9933) 등의 음식점이 있다. 금광장여관(333-1959)과 순흥여관(332-3864)이 있으며, 향나무집(332-4040), 기화양어장횟집민박(332-6277), 문화민박(332-5999) 등의 민박집도 있다.
*볼거리
평창강 송학루 정면 3칸, 측면 2칸의 팔작지붕 누각이다. 이 정자 주위에 많은 노송이 있었고, 여기에 학들이 모여 서식했다고 한다. 최근 이 정자를 중심으로 한 일대를 남산 소공원으로 가꾸고 공원 입구에 선덕비를 모아 비석군을 만들었다. 평창군 평창읍 종부리의 평창강변 남산에 있다.
5일장 날짜 끝자리의 1, 6일은 미탄장, 2, 7일은 방림장(계촌장)과 봉평장, 3, 8일은 진부장, 4, 9일은 대화장, 5, 10일은 평창장이어서 언제 평창을 여행하더라도 한 번 이상의 5일장 장날을 구경할 수 있다. 특히 봉평장은 <메밀꽃 필 무렵>의 주무대와 비슷하며, 허생원이 들르곤 했던 충주 집터와 물레방앗간 터에는 늦여름의 메밀꽃까지 피어 운치를 더한다. 친 전병에 소를 넣고 말아 송송 썰어주는 메밀전병이 1000원, 검은색에 가까운 쫄깃한 메밀묵이 3,000원이다.
글쓴이 김은남 1943년 포항에서 태어났다. 은행지점장을 지냈으며 92년 계간 <시세계>로 등단했다. 한국문인협회와 한국시조시인협회 회원. 시조집 <산음가1, 2, 3>, <시조시인산행기>, <일천산의 시탑>을 펴냈다. 이메일 주소는 simsanmunhak@yahoo.co.kr
참고: 월간<사람과산> 2004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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